성인대학교 6화
성인대학교 6화
00015 수술 =========================================================================
이 복잡한 심정은 말로 표현하기란 어려웠다.
멀쩡한 정관을 묶어야 되는 심정이라니. 마치 남자의 인생이 끝나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윤민호와 같이 나는 병원에 들어섰다.
병원으로 걸어 들어가는 동안. 다리가 이렇게 무거운 건지 처음 알았다.
마치 이 기분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가 된 기분이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돼지는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그 다음으로 드는 생각이 사형 집행장으로 향하는 사형수가 생각났다.
살고 싶지만 살 수 없는 운명.
내 기분이 그랬다.
묶고 싶지 않지만. 묶어야 되는 심정.
비뇨기과에 들어서자. 원무과에 접수를 받는 간호사는 곧바로 우리를 통과 시켜 주었다.
아마도 윤민호의 얼굴을 그녀는 아는 것 같았다.
그러자 곧바로 진료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
“윤민호군. 왔는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약을 잡아 놓았다네.”
“역시. 이 박사님은 일처리가 빠르셔서 좋습니다.”
윤민호와 이 박사라 불리는 사람은 기분 좋게 얘기하고 있었다. 나의 심정과는 반대로 말이다.
책상 위에 올려준 팻말을 보니 박사의 이름은 이창원이었다.
“이번에 계약하게 된 아이입니다.”
“지현우라고 합니다.”
나는 이 박사에게 인사했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간에 그는 나의 수술을 집도할 의사였다.
“한번에 AV 남우 자격을 획득했다고 하지? 이거 참. 부럽구만. 허허.”
이 박사는 확실히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을 지니셨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의 황폐해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진료실로 들어서자 간신히 붙들고 있는 정신마저 박살나는 기분이었다.
“그럼. 진료 얘기를 시작해볼까?”
나는 난생 처음으로 신을 찾았다.
제발 이것이 거짓이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하지만 신은 나의 요청을 거절하는 듯 했다.
“정관 수술에 대해서 알고 있나?”
“묶는 거입니다.”
“잘 알고 있구만.”
윤민호와 이 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떠나가지 않았다.
윤민호의 입장에서는 재밌난 구경거리였다. 사실 누구라도 나의 얼굴을 본다면 재미있어 할 것임에 분명했다. 이 박사의 입장에서는 편안한 수술이였다. 부부 관계로 인한 수술이 아닌. 상업 목적을 위한 수술. 그 누구의 눈치도 살피지 않아도 되는 수술이었기에 이 박사의 입장에서도 편한 것 같았다.
“그럼. 수술에 대해 말하겠네. 정관 수술. 다른 말로는 정관 절제술이라고 하는데. 전 세계 기혼 남성의 약 5%가 받았다고 전해지고 있으니깐. 너무 그렇게 상심하지는 말게.”
“예. 알겠습니다.”
이 박사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정관 절제술의 수술은 국소마취로 음낭피부를 절개 후 정관을 노출시키고, 박리하여 절개한 후 정관 양쪽 끝을 묶고 자르게 된다네. 자세히 설명하자면 음낭에 작은 절개 부위를 만들고 이 부위를 통해 정관을 꺼내 정관을 묶은 후 정관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시술이 종료되는 거지. 수술에는 무도 정관 수술법을 사용할 거고. 이때 피부 절개창이 거의 남지 않으므로 시술 후 따로 피부를 봉합하거나 수술 자국이 남을 일이 없을 거라네.”
이 박사는 나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지만 나는 그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내 귀에는 야인시대의 명대사만이 나올 뿐이었다.
[날 보고 성불구자가 된다구. 고자가 됐다. 그 말인가. 고자라니. 아니 내가 고자리니. 이게 무슨 소리야. 고자라니. 내가. 내가. 고자라니!!!]
2030년 대에도 여전히 유명한 그 짤.
그 짤이 머릿 속에 떠오르며 애타게 소리지르던 장면 만이 맴돌았다.
“여기 그 밖에 궁금한 점은 리스트로 정리 해놓았으니깐. 한 번 보시면 될 거야.”
나는 이 박사가 건네주는 종이를 받았다.
1. 정관절제술을 받으려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가까운 비뇨기과 의원 또는 병원으로 가시면 됩니다.
2. 정관절제술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
국소마취로 음낭피부를 절개 후 정관을 노출시키고, 박리하여 절개한 후 정관 양쪽 끝을 묶고 자르게 됩니다.
3. 정관절제술을 받은 후에 바로 움직일 수 있습니까?
수술 후 바로 움직이는 데는 지장이 없으나 수술 후 1~2일 정도는 통증이 있으므로 무리한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4. 정관절제술의 합병증은 무엇인가요?
대개 합병증이 없으나 간혹 혈종, 감염이 발생하며 드물게 정관이 재개통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술 후 6주간 피임을 하시고 이후 정액검사를 하여 정자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5. 정관절제술 후에 성기능이 감퇴된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사실인가요?
정자는 고환에서 생성되어 정관의 말단 팽대부에 저장되어 있다가 사정 시 체외로 배설됩니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능에 관여하는 남성호르몬은 정자와 마찬가지로 고환에서 생산되지만 바로 혈액 내로 흡수되어 체내에서 전신을 순환하게 됩니다. 즉, 정자와 남성호르몬은 고환에서 생산되지만 정자는 체외로 배설되는 반면 남성호르몬은 체내를 순환하므로 배출경로가 전혀 다릅니다. 그러므로 정관수술을 받았다고 남성호르몬의 생산이나 혈액으로의 흡수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기 때문에 정관수술 후에 정력이 약해졌다거나 성기능장애가 왔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심리적 원인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6. 정관절제술 후 정액량이 감소하나요?
한국인의 평균 정액량은 2.5ml이며 이 중 정자가 차지하는 양은 0.02ml에 불과합니다. 그러므로 정관수술 후의 정액량 감소는 아주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7. 사정할 때 나오는 사정액에 남성호르몬이 있나요?
정액은 대부분이 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남성호르몬은 거의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정액을 호르몬이라고 얘기하며 남성호르몬과 혼동하고 있으나 남성호르몬은 위에서 설명한 대로 체내를 순환하는 것이지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습니다.
8. ... ]
종이를 다 읽었다고 말하자. 이 박사의 설명이 계속되었다.
“4번을 보면 간혹 가다 정관이 재개통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수술 후 6주간 피임, 이후 정액검사를 하여 정자가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네. 지현우군 같은 경우는 우리 병원에서 1주 간격으로 정액 양을 검사해줄 거니깐. 수술하고 나서 정해준 날짜에 찾아오면 된다네. 또, 6번을 보면 한국인의 평균 정액량은 2.5ml이며, 이 중 정자가 차지하는 양은 0.02ml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지? 그러니 정관수술 후의 정액량 감소는 아주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니 그러니 AV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거야.”
AV 활동에는 지장이 없다.
이 박사님의 말을 들으니 AV 활동에는 지장이 없는 것 같았다.
사실 의외이기는 했다.
정관 수술을 하면 정액이 안 나올 것 같았는데. 정액 양의 감소가 전부라서 말이다.
“곧바로 수술 가능하죠?”
“네? 오늘 바로 하는 겁니까?”
뒤에서 들려오는 윤민호의 말에 나는 놀라서 껑충 뛰었다.
사실 병원에 왔지만. 아직까지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기에 그의 말은 더욱 나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간절히 바랬다. 이 박사가 나의 간절한 마음을 알고 수술을 하지 않기를 말이다. 하지만 이 박사는 나의 간절함 바람을 뭉개 버렸다.
“바로 수술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놓았습니다.”
“헉...”
수술이 당일 날 이루어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정말이지. 오늘은 상상하지 못한 날의 연속이었다.
그렇게 눈에 띄도록 당황하고 있는 나에게 다가온 것은 윤민호였다.
그는 조용히 나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왜? 싫어? 그런데 어쩔 수 없어. 오늘 수술해야만 해. 왜냐면. 회사에서 사인했던 계약서. 3항에 이렇게 나와 있잖아. 갑(러브미 기획사)은 을(지현우)의 안전을 위해 취하는 행동에 있어서는 을은 전적으로 갑의 의견을 따라야만 한다.”
그러고 보니. 계약 항목에 있는 조약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조항에서 발목이 잡힐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전적으로 의견을 따른다.’
이것의 함정을 이번 기회에 뼈저리게 느꼈다.
더군다나 법적인 조항에 따라야 한다는 것은...
“허어억.”
나는 숨을 거하게 들이마셨다.
그가 말하는 의미를 뒤늦게 알아차렸기 때문이었다.
“위약금 물어내기 싫으면. 수술하는 게 좋을 거야. 동생아.”
끄덕. 끄덕.
“아이구. 착하다.”
쓰담. 쓰담.
윤민호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결국 나는. 서울에 도착한 당일 날 수술해야만 했다.
00016 수술 =========================================================================
우장춘 박사가 개발한 연구 작품 중에는 씨 없는 수박이 있다.
씨 없는 수박.
그것은 무서운 실험이었다.
씨 없는 수박은 종족 번식을 할 수 없는 수박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류는 번식을 위해 투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나는 인류의 투쟁에 반하는 행동을 하러 길을 나섰다.
수술실.
눈 앞에 보이는 수술실이라는 팻말이 나를 서럽게 만들었다.
어렸을 적에 보았던 수술실은 무서운 것이었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수술실이 서러운 것이었다.
정말이었다.
이 참단한 기분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다.
“들어오세요.”
여 간호사가 나를 안내했다. 그리고 들어오라는 말이 나에게는 사형선고와도 같았다.
저기 들어가게 되면 나는 잘라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나는 고자가 되어 버린다. 이것은 심리적 압박이었다.
그렇지만 윤민호가 말한 계약 내용을 상기해내며 나는 움직이기 싫은 발걸음을 떼어냈다.
수술실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투명한 차단막이었다. 아마도 차단막 안에는 수술 시 염증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 병원균 소독이 되어 있을 것임에 분명했다.
“그럼. 바지랑 팬티 벗어서 바구니 안에 넣어주세요.”
바지와 팬티를 벗어라는 말에 나는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선택권이라는 건 없었기에 바지와 팬티를 벗었다.
“이게 달관이라는 거구나.”
모든 걸 포기하고 받아들이니. 마음이 편해졌다.
그랬다.
이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달관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 벗으셨으면 멸균실 안에 들어가셔서 침대 위에 앉으시면 됩니다.”
하반신을 내놓고 여 간호사 앞을 당당하게 지나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달관했다. 하지만 침대에 눕는 순간 그 달관은 끝이었다.
“그럼. 제모를 시작하겠습니다.”
“!!!!!!”
여 간호사는 제모 크림과 일회용 면도기. 가위를 들고 왔다.
제일 먼저 가위로 털을 짧게 짤라냈다. 그런 다음 면도 크림을 골고루 바르더니. 제모를 하기 시작했다.
스삭. 스삭.
가위로 털을 자르는 것 까지는 인내심을 참고 볼 만 했지만. 여성이 나의 그곳을 미는 느낌은 도저히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나는 멍하니 천장만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천장의 불빛이 눈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다 되었습니다.”
제모는 순식간에 끝났다.
아무래도 한 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것 같았다.
“하아...”
나는 한 차례 한숨을 내쉬고 쳐다보았다.
깨끗했다.
유년시절 이후로 이렇게까지 깨끗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웃으께 소리로 친구들끼리 말할 때 여자의 그곳에 털이 없으면 백보지라고 불렀다.
그런데 나를 쳐다보고 있으니. 백자지라고 밖에 설명되지 않았다.
수술하기 전부터 나는 참담한 심정을 겪고 있었다.
“저기요. 죄송한데요. 성인 대학교에 입학하신다고 들었어요. 그것도 AV 남우로.”
“네? 네. 그런데요.”
제모를 끝낸 여 간호사는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다.
“사실 오늘 낮에 들었거든요. 대단한 루키가 들어와서 그런데. 수술해야 된다고. 그래서 그런데. 한 번만 세워 봐도 되나요?”
“네?
여간호사의 질문.
처음에는 그녀의 질문에 당황했지만. 이내 그녀가 하는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가 되었다.
사실 이런 종류의 질문이나 농담은 2030년에는 당연한 것이었다.
성(性)을 가지고 농담은 하는 것은 2000년 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계가 있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섹드립은 아슬아슬한 선을 지켜야만 했다. 왜냐하면 선을 넘어서는 순간 더럽고 질펀한 얘기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2030년.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세상은 변했고. 자유러운 성(性)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선 자체가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 그렇게 되다 보니 지상파 방송에서도 질펀하다고 할 수 있는 성 얘기를 자유분방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성이 생겨버렸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렇다보니. 이런 상황 속에서 여 간호사의 질문은 편하게 다가왔다.
거기다 이제는 공인으로써. 촬영 때마다 세워야 되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여 간호사의 말을 수락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럼. 잠시만 실례하겠습니다.”
여 간호사는 조심스레 손을 위아래로 흔들더니 나의 자지를 세웠다. 그런데 웃기게도 이런 상황 속에서도 나의 물건은 반응을 했다.
마치 로켓을 발사할 듯 한 기세로 뻣뻣하게 서진 것이다. 거기다 털이 없다보니 로켓이 황무지 위로 세워진 듯 한 느낌도 주었다.
“우와. 루키가 맞으시네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루키를 타령하는 여 간호사가 미웠지만. 나는 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순간. 멸균실이 열리며 의사와 간호사 2명이 더 들어왔다.
“지금 뭐하고 있는 건가?”
수술실로 들어온 이 박사는 지금의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지 나와 여 간호사에게 질문했다.
“제 물건의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고 해서요.”
“아... 하긴. 민호군도. 자네가 굉장하다고 하더군. 정말. 대단한 크기구만. 나중에 필러까지 넣게 되면 여자들이 질질 쌀 걸세.”
이 박사는 프로답게 접근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기 싫었다. 즉, 필러까지는 넣고 싶지 않았다.
“그럼. 수술을 시작하지.”
수술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제모를 했던 여 간호사는 자연스레 뒤로 물러서고. 연령이 되어 보이는 여 간호사가 와서 빨간약을 발라주었다. 이 빨간약은 병원균이 침투하게 못하게 막아주는 수술용 액체였다.
“따끔할 겁니다.”
이 박사는 수술용 빨간약이 발라지자 마자. 부분 마취를 위해 주사기로 나의 부랄을 찔렀다.
“억!!!”
마취약이 담긴 뚜거운 바늘 주사기로 찌를 때부터 느낌이 이상했다. 역시나. 따끔의 수준은 억으로 끝이 났다.
이 박사는 마취약 투입이 끝나자. 부랄을 손가락으로 몇 번을 팅겨 보더니. 마취가 된 것인지 확인했다. 내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이 박사는 그때서야 수술을 시작하였다.
“아프면 말하세요.”
나는 차마 수술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 박사는 능숙하게 수술을 시작하더니 메스를 가지고 피부막을 얇게 찢었다. 그리고 기구를 삽입해 정관을 끄집어 내는 것 같았다.
마취를 한 까닭에 아픈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터치하는 느낌은 났다. 그랬기에 그들이 나를 어떻게 씨 없는 수박으로 만들고 있는지 보지 않아도 상상이 되었다.
뜨끔.
이 느낌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그랬다.
나의 관이 잘린 것이었다.
이런 나의 예상이 맞는지 그 다음에 느낌은 봉합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나의 수술은 10분도 채 되지 않은 시간에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럼. 박 간호사가 마무리 소독해주세요.”
“알겠습니다. 박사님.”
나의 제모를 도와주었던 간호사가 마무리 소독을 해주었다.
“시술 후 1주일 동안은 몸에 꼭 끼는 삼각팬티를 착용하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당기는 듯 한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음낭을 위로 올려 고정하는 것이 좋아요. 수술 봉합 치료는 수술 후 2~3일 뒤에 하니깐. 접수하시고 가시면 될 거에요. 항생제는 시술 전날부터 시술 후 3일 동안 복용해야 하는데 오늘 저녁부터 드시면 될 거에요. 그리고 수술 봉합한 부위는 1주일 후에 제거할 거에요. 그래서 샤워는 봉합사를 뽑고 난 후에 하는 것이 좋으니깐. 당분간은 참으셔야 될 거에요. 그리고 당분간은 음주도 당연히 금해야겠죠. 또, 수술 후에도 잔여 정자가 배출될 수 있으므로 10회 이상 기타 피임법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네요. 어차피 박사님께서 매주 목요일 마다 정액검사를 시행할테니깐. 그 전날. 섹스라던지. 자위를 하시면 안 돼요. 왜냐면 정액에 정자가 더 이상 섞여 나오지 않는지를 검사하려면 아무래도 안 하고 오는 쪽이 정자 찾는 데에 있어 수월할 테니깐요. 만약에 수술 후 3개월이 경과한 다음에도 정액검사에서 정자가 관찰되면 재수술을 고려할 겁니다. 그럼. 수고하셨습니다.”
여 간호사는 나에게 참고사항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소독을 끝내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많은 것들이 교차했다.
하지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마음먹었다. 윤민호의 말처럼 앞으로 촬영하는 동안은 콘돔을 끼지 않고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그랬다. 나는 앞으로 생자지로 생보지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것도 한 여자가 아니라. 수많은 여성을 상대로 말이다.
옷을 입고 수술실 밖으로 나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윤민호를 볼 수 있었다.
“그래. 수술은 잘 끝났어?”
“네? 그럭저럭요.”
“그런데 털은. 다 밀었어?”
“네? 네. 완전히 다 밀었어요.”
나는 윤민호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푸하하하.”
윤민호는 나의 말을 듣고는 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웃던 윤민호는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정관 수술비를 지불하고는 나와 같이 지하로 내려갔다.
“일단 계약한 집으로 안내해줄게. 운전 조심히 해. 이제 곧 마취 풀리고 하면 땡길테니깐.”
윤민호는 서울에 자리 잡은 집으로 나를 바래다주었다. 아마도 오늘은 부산으로 내려가기 힘들 것 같았다. 그렇게 서울에서의 고단한 하루가 마무리 되고 있었다.